평화교재 11과 준법정신과 ‘지구촌 전쟁종식 평화 선언문’(DPCW)

섹션 1. 법의 필요성
사회 구성원이 조화롭게 어울려 살기 위해서는 사회 규범이 필요하다. 사회 규범에는 관습, 도덕, 법 등이 있다. 이 중 법은 강제력을 수반하는 규범이다. 법이 없는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몽테스키외의 소설 <페르시아인의 편지>에 나오는 가상의 부족 ‘트로글로다이트’의 삶을 통해 법과 질서가 없는 사회가 어떤 모습일지 예측해보자. 트로글로다이트 부족은 왕과 행정관을 모두 죽인 후 누구의 말도 따르지 않았다. 그들은 자신만 행복하면 되고, 다른 사람이 불행해도 상관할 바가 아니라는 데 동의했다. 모든 통제에서 벗어난 이 부족 사람들은 자유로운 삶을 살게 되었다. 하지만 이들은 법과 질서 없이 사는 삶이 자신들에게 이익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곧 깨닫게 된다. 비옥한 땅을 가진 A가 있었다. B와 C가 함께 그를 집에서 내쫓고 땅을 가로챘다. 하지만 땅을 독차지하고 싶었던 C가 B를 죽였다. 그러나 C의 소유 기간도 금방 끝나고 말았다. 금방 또 D의 공격을 받은 것이다. 트로글로다이트 부족은 목숨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항상 불안에 떠는 삶을 살아야만 했다. 만약 사회에 법이 없다면, 위와 같은 혼란이 발생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법이 없다면 교통사고 해결은 어떻게 해야 할까? 열심히 일했지만, 임금을 받지 못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은 갈등과 분쟁의 원인이 된다. 이처럼 법은 사회의 구체적인 문제 해결, 구성원의 권리 보호와 질서 유지를 위해 필요하다.

섹션 2. 준법정신
사회 구성원 모두가 법을 잘 알고 지키면, 서로의 생명과 재산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다. 하지만 법이 있다 하더라도 누구도 법을 지키지 않는다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 그러므로 법의 존재 가치와 효용은 준법에 있다. ‘평화시민’은 준법정신을 바탕으로 능동적으로 법을 준수하는 사람이다. 이들은 마치 ‘걸어 다니는 법’과 같아서 자기 자신도 법을 철저히 지키고, 타인에게도 모범이 된다. 21세기에 들어 교통과 통신이 비약적으로 발달함에 따라 현대인의 활동 반경은 국내를 넘어 해외로, 그리고 온라인 공간까지 확대되었다. 서로 다른 인종, 종교,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이 이 모든 공간에서 평화롭게 공존하려면 준법정신이 필수적이다. 현재 선진국을 중심으로 국가 교육부와 다수의 학교는 지식 전달과 기술 습득 위주의 교육만으로는 더 이상 지속가능한 발전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학교 내 시민교육, 질서교육, 인성교육, 환경교육 등의 비중을 높이고 있다. 21세기 세계화의 흐름 속에서 국가와 사회가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준법정신을 갖춘 시민 양성이 중요하고 시급한 과제이다.

섹션 3. 평화조약
제1차 세계대전을 겪은 미국의 법률가 새먼 레빈슨은 전쟁을 합법화한 것이 인류 최악의 실수라고 말했다. 어느 국가나 보편적으로 살인을 최악의 범죄로 규정하고, 금지하는 법이 존재한다. 그런데 전쟁을 금지하는 법은 왜 없는 것일까? 새먼 레빈슨은 전쟁을 없애는 가장 근본적인 방안은 전쟁 자체를 불법화하는 것이라고 믿었다. 당시 전쟁을 불법화하자는 그의 사상은 혁명적이었다. 레빈슨의 노력은 1928년 8월 27일, 켈로그-브리앙 조약으로 결실을 맺었다. 이 조약은 파리에서 15개국이 체결한 전쟁 규탄 조약이다. 조약문 제1조에서는 체결 당사국은 국제 분쟁의 해결을 위해 전쟁에 의존하는 것을 비난하고 정치 수단으로서의 전쟁을 포기한다고 선언했다. 이 조약으로 인해 역사상 최초로 전쟁은 불법으로 규정되었다. 그러나 구속력이 없었던 이 조약은 제2차 세계대전을 막지 못했다. 이 때문에 명분만 존재하는 문서라는 비판도 따른다. 하지만 이 조약으로 전쟁에 대한 국제사회의 시각이 바뀌게 되었다. 제1차 세계대전까지는 전쟁이 합법이라는 시각이 여전히 존재했으나, 전쟁을 불법으로 규정한 후 제2차 세계대전부터는 전쟁을 범죄 행위로 바라보는 시각이 생겨났다. 강제력 없는 조약은 지속적인 평화를 보장하기 어렵다. 지속가능한 평화를 위해서는 급변하는 시대적 상황에 맞는 구속력 있는 국제법이 절실히 필요하다.

섹션 4. ‘지구촌 전쟁종식 평화 선언문’(DPCW)
UN 헌장은 단 두 가지 예외 상황을 제외하고는 전쟁을 금한다는 규정을 수립했다는 측면에서 오랜 기간 새로운 국제법 체제의 시발점으로 일컬어졌다 UN 헌장체제가 그동안 뛰어난 업적을 세운 것은 분명하나, 해당 체제는 1945년 효력 발생 후 75년이란 세월이 흘렀고 지구촌 곳곳에는 여전히 여러 형태의 분쟁이 벌어지고 있다. 그리고 최근 몇 년 사이 학계에서는 UN 헌장체제가 여전히 유의미하지만, 국제 평화를 유지하기에는 충분치 못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DPCW는 이러한 부분을 보완할 방안으로 내디딘 첫걸음이다. DPCW는 전쟁 및 평화에 대한 근본적인 접근을 통해 기존의 국제법을 현 상황에 맞게 보완하고 개선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는다. 이에 DPCW는 국가 주체들이 이미 동의한 규범을 토대로 국제법의 진일보를 지향하도록 작성되었다. 전문(前文)과 10조 38항으로 구성된 DPCW는 분쟁을 예방하고 해결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평화를 지속할 수 있는 방안까지 제시하고 있다. 1조에서 7조는 무력 수단의 사용 억제, 우호 관계 증진 등 국제사회의 평화를 조성하기 위한 국가의 역할을 다룬다. 8조에서 10조는 종교의 자유, 교육 및 복지 강화, 평화문화 전파 등 국가뿐 아니라 모든 시민사회의 참여를 강조함으로써 세계평화 구축은 지구촌의 모든 사람에게 주어진 시대적 과제임을 제시하고 있다.

제1, 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평화와 국제 질서 유지를 위해 UN 이 출범했지만, 이후 국제 사회의 안보 딜레마, 냉전의 시작 등 다양한 요인으로 인해 전쟁은 끊임없이 계속되었고, 도리어 살상 무기는 수십 년간 계속 발전했다. 또다시 인류가 제1, 2차 세계대전과 같은 참상을 겪지 않으려면 구속력 있는 국제법이 필요하다. UN 헌장체제에 대한 보완으로 작성된 DPCW는 그 대안이 될 수 있다. DPCW가 실효성을 가지기 위해 근본적으로 필요한 것은 세계인의 준법정신이다. 한두 개 국가의 지도자 또는 일부 계층의 지지만으로는 전쟁종식과 세계평화를 실현하기 어렵다. 국가의 지도자부터 시민에 이르기까지 평화를 위한 국제법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국제법을 준수하기 위해 함께 노력할 때 평화는 꿈이 아닌 손에 잡히는 현실이 될 수 있다.